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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1)
2009-10-23 16:19:31
 마음이 불편할때가 있다. 뭔가 해야할 일이 있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내일은 친구들과 교외펜션에서 바베큐파티를  하기로 되어 있고 다음주에는 휴가를 떠날예정이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라던가 이런건 아니다. 며칠전부터 이상동작을 하는 휴대폰 데이타케이블도 아니다. 더구나 오늘은 그동안의 일이 정리되고 쉬는 날인데도 정말 맘이 편하지 않다. 

 사실 어제는 아버지께서 몸담고 계시던 조합장 선거일이었다. 5년전 30여년간 몸담았던 공무원생활을 마치시고 조합장에 임명되셨고 때문에 은퇴하신 이후에도 바쁘고 활기차게 생활하셨다. 아들 입장에서는 그 모습이 정말 좋았고 좀 힘드시지 않을까도 고민되었다. 하지만 나도 남자이기에 일이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어떤것인지 알고 있다. 특히 아버지들 세대에 그분들의 자존심에대한 생각은 더욱 큰 것일거다. 
 
 그래서 걱정이다. 35년동안 한번도 일을 하지 않은적이 없으셨고 아직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으셨을텐데 이제는 그중 하나의 일을 그만두어야하는 기분이 어떠실까? 어떻게 위로를 해 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제는 편하게 쉬셔도 된다고 말씀을 드리고는 싶지만 그게 맞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동안 제곁에서 저를 지켜주었으니 이제는 제가 지켜드리겠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아닌거같다. 아버지는 아직 아들을 지켜주고 싶어하실테니 말이다.


  사실 그동안 아버지를 진지한 얘기를 나누어 본적이 없었다. 그 시대의 다른 분들처럼 무뚝뚝하셨고 겉으로 사랑을 표현하시기에는 너무 부끄러움이 많으신 분이었다. 하지만 늘 술한잔 하시면 그동안 담고 계셨던 속마음을 얘기하시곤 했고 언제부턴가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 나 역시 그 길을 걷고 있다. 결혼을 했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있으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의 불안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바쁜 일과 말썽부리는 어린 아들에 정신이 없지만 언젠가는 가야할 길인건 분명하다. 그때가 되면 지금 아버지의 기분을 좀더 깊이 알 수 있을거다. 

 지금은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것처럼 계신 아버지와 술한잔 하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따뜻하게 안아드려야겠다.